새벽에 계명성을 들으며 달리다보면 어느새 내 곁엔 여유가 찾아온다.
내 몸을 둘러싼 철벽과도 같은 살들에 놀라 시작한 새벽 달리기는 이제 내 안에 깊이 잠들어 있는 내면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사색이 되었다.
아직은 저마다 깊은 꿈속에 빠져 고즈넉한 학교 운동장을 내 것인 양 모두 차지하고 달리노라면 갖가지 다양하고 깊이 있는 생각이 나를 반겨준다.
몸이 힘들어서일까 생각은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진다.
달리면서 들이마시고 내뱉는 숨결에 따라 희망이 다가오고 걱정이 빠져나간다.
날 감싸고 있던 살들이 떨어져나갈 때마다 내 삶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.
살은 희망을 막는 편안함이오, 땀은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힘듦이다.
요즘은 '시간 없다.'라는 말이 버릇 된 사람이 많다.
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늘 입으로는 '바쁘다 바뻐'를 달고 산다.
실제로 바빠서 그러는 것인지, 해야할 일은 하지 않고 바쁜 척하는 건지 모르지만 단 한가지 삶의 여유가 없음은 분명하다.
나 또한 정작 해야할 일은 뒤로 미루고 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하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.
"아, 지금은 너무 바빠서 할 수가 없어."
그러나 잠깐, 아주 잠깐 시간을 내어 여유를 가지면 정말 무엇이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된다.
학교 가기 싫은 아이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가지 않으려는 것과 같이 그 일을 하지 않고서 계속 미루다보면 새로운 변화도 없으며 희망도 생기지 않는다.
바쁜 생활 가운데 내 삶의 중요함을 되찾는 아주 잠깐이지만 소중한 시간이 필요하다.
이 시간은 너무 짧아서도 안되지만 딱히 길 필요도 없다.
나홀로 가만히 생각할 공간과 여유만 있으면 된다. 곧바로 해답을 찾을 수 없더라도 꾸준하게 삶을 되돌아보며 사색하다 보면 어느새 해답을 발견한 자신을 볼 수 있다.
물질이 주는 즐거움보다 수배는 깊고 넓은 내면의 즐거움을 난 새벽과 함께 만끽한다.
법정스님의 잠언집을 인용하며 새벽 달리기가 주는 행복의 여운에 빠져본다.
때로는 전화도 내려놓고, 신문도 보지 말고,
단 10분이든 30분이든 허리를 바짝 펴고
벽을 보고 앉아서
나는 누구인가 물어보라.
이렇게 스스로 묻는 물음 속에서
근원적인 삶의 뿌리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.
문명의 잡다한 이기로부터 벗어나
하루 한 순간만이라도
순수하게 홀로 있는 시간을 갖는다면
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.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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